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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은 필기를 하는 도구 이상으로 시대적 흐름과 디자인 변천을 담아낸 문화적 아이콘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습니다. 만년필의 처음 시작은 기능 중심의 단순한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색상과 독창적인 디자인이 도입되었습니다. 어떤 시대에는 유행했던 디자인과 색상이 있었으며, 이것은 당시의 문화적 배경과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하나의 요소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만년필의 색상과 디자인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시대별 트렌드와 그 의미를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실용성과 클래식한 디자인: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만년필의 실용성과 내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때는, 만년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이었습니다. 이 시기의 만년필은 주로 검정색과 짙은 갈색 계열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당시 필기구의 주요 재료였던 경질 고무(하드 러버, 에보나이트)의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경질 고무는 천연 고무에 황을 첨가하여 경화시키는 가황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높은 내구성을 가지면서도 쉽게 성형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황 과정의 원리
- 황 첨가: 천연고무(폴리이소프렌)에 소량의 황을 첨가.
- 열과 압력 가하기: 일정한 온도(약 140~160℃)에서 가열.
- 황 결합 형성: 황 원자가 고무 분자 사슬 간에 가교 결합을 형성하여 고무의 물성이 변화.
- 경화 완료: 가황이 끝난 후 고무는 유연하면서도 탄력 있고 단단해짐.
가황 전후의 차이
구분 가황 전 가황 후 성질 점성이 크고 끈적거림 탄성이 뛰어나고 내구성 강함 내열성 열에 약함 내열성 증가 내마모성 쉽게 마모됨 마모에 강함 용도 단순한 형태로만 사용 가능 타이어, 고무패킹, 신발 밑창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 가황된 고무의 대표적인 예시
- 자동차 타이어
- 고무 패킹 및 개스킷
- 신발 밑창
- 산업용 고무 제품
이러한 특성 덕분에 만년필 바디를 일정한 강도로 유지하면서도 세밀한 조각과 디자인을 새길 수 있었습니다. 경질 고무는 자연스러운 무광택 질감을 가지며, 시간이 지나면서 독특한 녹갈색으로 색이 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런 변색은 빈티지 만년필의 특징 중 하나로 여겨지며, 오래된 만년필을 더욱 클래식하게 보이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이 시기의 만년필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단순하고 실용성에 중점을 둔 형태였습니다. 여기에 단순한 골드 혹은 실버 트림이 더해지며, 전체적으로 고급스럽지만 단조로운 디자인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브랜드 로고나 장식적인 요소도 간소화되었으며, 필기구로서의 기능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 시기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워터맨(Waterman), 파커(Parker), 쉐퍼(Sheaffer) 등이 있으며, 그들의 초기 모델들은 클래식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셀룰로이드라는 신소재가 도입되었고, 이에 따라 만년필의 색상도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색상의 혁신과 예술적 감각: 1920~1940년대
만년필 디자인에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난 시기는 1920년대와 1930년대 였습니다. 셀룰로이드 재료의 등장으로 인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색상의 만년필이 생산되었습니다. 셀룰로이드는 질산셀룰로스와 장뇌를 혼합하여 만든 플라스틱 종류의 소재로,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남과 동시에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제조업체들은 색상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파스텔톤, 마블 패턴, 반투명 및 투명한 소재를 적용할 수 있었고 레이어드 기법을 사용해 깊이감 있는 색상을 구현하거나 색소와 금속 입자를 혼합하여 펄감이 도는 효과를 주는 등 여러가지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진주빛이나 거북이껍질 패턴을 가진 만년필은 특수한 가공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패턴은 셀룰로이드 층을 얇게 겹쳐 다양한 색상의 조합을 만들어내거나, 특정 온도에서 압력을 가해 무늬를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진주빛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펄 안료를 섞거나 금속성 광택을 내는 재료를 포함시키는 방법이 활용되었습니다.
금속성 광택을 내는 재료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물질을 포함합니다:
- 마이카 입자 – 천연 광물 기반의 반짝이는 물질로, 펄 감을 내는 데 사용됩니다.
- 알루미늄 분말 – 반사 효과를 높이는 데 사용되며, 금속성 느낌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 티타늄 디옥사이드 – 진주빛 광택을 내는 주요 성분으로, 특히 백색 및 은색 계열의 광택 효과를 줄 때 사용됩니다.
- 황산바륨 – 광택을 부드럽게 하고 색을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황동이나 구리 분말 – 금빛 또는 황금색 광택을 표현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러한 재료들은 셀룰로이드에 첨가되어 광택을 강조하며, 다양한 색상과 효과를 연출하는 데 활용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셀룰로이드 만년필은 글쓰는 도구를 넘어 패션 액세서리오르 역활을 하게 되었으며 각 브랜드들을 차별화된 색상과 패턴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파커는 1921년 "듀오폴드(Duofold)"라는 모델을 출시했는데,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밝은 오렌지 색상을 특징으로 했습니다. 기존의 어두운 색상과 대비되는 강렬한 컬러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다양한 색상의 만년필이 시장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또 다른 대표적인 디자인 요소로는 진주빛 또는 거북이껍질 패턴 등이 있으며, 이는 당시의 미적 감각과도 연결됩니다. 이러한 패턴들은 주로 셀룰로이드 소재를 활용한 가공 기술을 통해 탄생했으며, 대표적인 선구자로는 쉐퍼(Sheaffer)와 콘클린(Conklin) 같은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셀룰로이드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패턴을 개발하였으며 쉐퍼의 스트라이프 및 펄 이펙트 디자인은 이후 여러 브랜드들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글에서는 <만년필의 색상 변화와 디자인 트렌드의 역사>2편이 이어집니다. 다음글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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