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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크랩북은 일상 속 소중한 기억을 붙이고, 쓰고, 꾸미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매력적인 취미입니다. 여기에 만년필을 더하면 더욱 감성적이고 품격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만년필 특유의 부드러운 필기감과 다양한 잉크 색상은 예술적 표현의 도구가 되어줍니다. 스크랩북 속 한 문장 한 문장, 만년필로 적은 글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감동을 전해줍니다.
저는 처음에 그냥 일기장에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덧붙이는 정도로 시작했는데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자 하나하나에 더 애정을 갖게 되더라고요. 문구 하나에도 정성을 들이게 되고, 그 결과물이 점점 나만의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이 ‘나와 대화하는 시간’으로 변했어요. 하루 중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 바로 스크랩북을 펼쳐 만년필을 잡는 그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크랩북을 위한 만년필 추천과 선택 팁
스크랩북에 어울리는 만년필을 고르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필기감이고, 둘째는 잉크의 번짐과 건조 시간입니다. 만년필 nib(촉)의 굵기는 F(얇음) 또는 M(중간)을 추천드립니다. 너무 두껍거나 과도하게 잉크가 많이 나오는 B촉은 종이에 따라 번질 수 있어 섬세한 스크랩에는 부적합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종이와 잉크가 서로 잘 맞는지도 중요합니다. 일반 복사용지보다는 중성지나 다이어리 전용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만년필 잉크 중에서는 내수성과 건조력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시면 오랜 시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잉크는 파이롯트의 ‘이로시주쿠’ 시리즈인데, 색감이 매우 고급스럽고 번짐도 적어 애용하고 있어요. 특히 ‘유우야케’라는 색상은 노을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해줘서 스크랩북에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초보자 분들께는 트위스비 에코(TWSBI Eco)나 라미 사파리(LAMY Safari) 같은 입문용 만년필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가격 부담이 적고, 관리도 쉬우면서 필기감도 우수하기 때문에 스크랩북 작업에 딱 맞는 제품들이죠. 그리고 투명 바디 만년필은 잉크 색상이 보여서 작업하는 재미도 배가됩니다.
만년필로 꾸미는 다양한 스크랩북 아이디어
만년필을 활용한 스크랩북 아이디어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여행 후에는 항공권이나 명함, 사진 등을 붙이고 그날의 감상이나 에피소드를 감성적인 손글씨로 적어보세요. 또는 좋아하는 문장을 필사해 나만의 명언북을 만들어도 좋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기분이나 색감을 테마로 한 감성 일기 형식의 스크랩북도 인기가 많습니다.
한 번은 벚꽃이 피던 날, 벚꽃잎을 말려 붙이고 그 옆에 만년필로 짧은 시를 적어봤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참 뿌듯했어요. 꾸미는 데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잡지에서 오린 사진, 포장지 조각, 심지어 영수증까지도 스크랩북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중요한 건 손글씨로 남기는 ‘이야기’예요. 요즘은 테마별로 구성하는 스크랩북이 유행입니다. 예를 들어 ‘나만의 카페 기록북’을 만들어 방문한 카페의 사진과 음료 스티커, 메뉴판 일부를 스크랩하고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을 만년필로 적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만들면 언젠가 다시 그 페이지를 넘겼을 때, 마치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죠. 스크랩북은 시간을 저장하는 도구이자, 나의 취향을 집약한 예술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는 만년필 손글씨 팁
만년필로 예쁘게 글씨를 쓰는 것이 부담되신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정성’이지 ‘글씨체’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좀 더 감성적인 손글씨를 원하신다면 글씨에 ‘여백’을 주는 연습을 해보세요. 문장 사이, 단어 사이를 넉넉하게 띄우면 그 자체로 여유 있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잉크 색상도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줍니다. 봄에는 연분홍이나 연보라 계열, 가을에는 브라운이나 버건디 같은 컬러를 사용하면 계절감이 살아납니다. 저는 특정 계절이 되면 미리 그때 사용할 잉크를 꺼내 두는 습관이 있어요. 그렇게 하면 계절마다 새로운 스크랩북 테마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간단한 드로잉이나 손그림도 함께 넣으면 더욱 개성 있는 구성이 완성됩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또 하나의 팁은 문장의 시작을 캘리그래피처럼 크게 써보는 거예요. 단어 첫 글자를 강조해서 쓰면, 전체 페이지에 생동감이 생기고 주제가 뚜렷해집니다. 거기에 영문 필사도 한두 문장씩 병행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줄 수 있습니다. 감성적인 글귀에 어울리는 서체를 조금씩 연습해보는 것도 즐거운 과정 중 하나입니다.
만년필 스크랩북이 주는 나만의 힐링 시간
스크랩북을 꾸미는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바쁘게 생활하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그 안에서 소중한 순간을 발견하게 해주니까요. 특히 만년필을 사용할 때는 자연스럽게 손끝에 집중하게 되고, 그 느린 필기 속에서 마음이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주말 아침에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스크랩북을 펼치는 순간이에요. 조용한 공간에서 만년필로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다 보면 머리와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매번 스크랩북을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은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남습니다. 스크랩북은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시간의 앨범’이 됩니다. 지난 계절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것을 좋아했는지,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을 나누었는지 모두가 그 안에 담겨 있죠. 그리고 그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는 순간 우리는 그때의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만년필로 천천히 써 내려간 단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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