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저널
만년필로 쓰는 인생 레시피
어릴 적 주방 한쪽에는 늘 낡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습니다. 투명한 비닐 커버가 씌워진 그 노트는 군데군데 국물 자국이 배어 있고, 양념 얼룩이 마른 흔적도 가득했습니다. 바로 엄마의 요리 노트였지요. 어릴 땐 무심히 넘겼던 그 노트가 이제는 그 어떤 요리책보다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 안에는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서, 우리 가족의 시간과 사랑,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매 끼니마다 음식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노트를 꺼내 메모를 더하곤 하셨습니다. '무는 얇게 썰어야 국물이 맑아진다', '된장은 미리 풀어두면 맛이 깊어진다', '이 반찬은 아버지가 특히 좋아하셨음' 같은 문장들이 정성스레 적혀 있었지요. 요리는 단지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가족의 컨디션을 살피고, 감정을..